투자 인사이트

[기획 칼럼] 제로 클릭 3편: 영양제를 '구독'하고, 보험이 '투명'해지는 세상

지혜의 여운 2025. 12. 24. 10:56

부제: 내 몸(Bio)과 지갑(Finance)으로 들어온 알고리즘
안녕하세요, 미래의 1등 기업을 찾아 공부하는 투자자 여운입니다.
 
지난 2편에서 우리는 집과 자동차(공간)가 어떻게 우리를 알아서 모시는지, 그리고 만년필(물성)이 왜 다시 뜨는지 이야기했습니다.
 
오늘 3편에서는 이 '제로 클릭'의 물결이 집 문턱을 넘어, **내 몸속(Body)**과 **내 지갑(Wallet)**으로 침투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려 합니다.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'생체 데이터'와 '금융 데이터'가 AI를 만났을 때,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요?


1. 바이오(Bio): "오늘 컨디션에 맞춰 조제해 줘" (N=1 영양제)

지금 여러분은 영양제를 어떻게 드시나요?
"요즘 좀 피곤하네?" 싶으면 네이버에 검색하고, 남들이 좋다는 '종합 비타민' 한 통을 사서 매일 똑같은 알약을 먹습니다.
이건 전형적인 N=All(모두를 위한) 방식입니다.
 
하지만 미래의 헬스케어는 N=1(나만을 위한), 즉 제로 클릭의 영역으로 진입합니다.
 

💊 매일 아침 바뀌는 '캡슐'

 
상상해 보세요.
제 손목에 찬 **애플워치(또는 갤럭시 링)**가 밤새 제 수면의 질, 심박수, 체온을 측정했습니다.
"주인님은 어제 과음을 했고, 깊은 잠을 못 잤네요."
 
이 데이터는 주방에 있는 **'영양제 디스펜서(Dispenser)'**로 전송됩니다.
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러 가면, 기계가 오늘 저에게 딱 필요한 영양 조합을 그 자리에서 추출해 줍니다.
어제 술을 마셨으니 '밀크씨슬' 함량을 높이고, 피로 회복을 위해 '마그네슘'을 추가해서 말이죠.
 

  • Click: "어떤 영양제가 좋을까?" 고민하고 검색하는 과정.
  • Zero Click: 내 몸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, 알아서 입에 넣어주는 과정.

 
이미 CES(소비자 가전 전시회)에서는 이런 맞춤형 영양제 구독 모델이 헬스케어의 미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.
이제 우리는 '약을 고르는' 게 아니라, '내 데이터를 구독'하게 될 것입니다.


2. 금융(Finance): 가입 절차가 사라진 '투명한 금융'

금융은 제로 클릭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고 있는, 그리고 가장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는 분야입니다.
우리가 은행 앱을 켜고,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누르고, "동의함"을 열 번 누르는 그 귀찮은 과정들이
**'투명(Invisible)'**해지고 있습니다.
 

✈️ 공항에 가면 켜지는 보험 (Contextual Insurance)

 
기존의 여행자 보험은 귀찮음 그 자체였습니다. 출국 전날 부랴부랴 가입하고 결제해야 했죠. 하지만 제로 클릭 금융은 다릅니다.
 

  1. 위치 감지: 내 스마트폰 GPS가 인천공항에 도착했음을 감지합니다.
  2. 행동 예측: 항공권 결제 내역과 연동되어 내가 '해외여행'을 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.
  3. 자동 실행: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, 알림이 뜹니다. "여행자 보험이 활성화되었습니다(ON). 귀국 시 자동 종료됩니다."
  4. 후불 결제: 귀국 후 안전하게 집에 도착하면, 여행한 기간만큼만 계산되어 자동으로 빠져나갑니다.

금융 상품을 '쇼핑'하고 '가입'하는 행위(Click) 자체가 사라집니다.
금융은 내 삶의 배경(Background)으로 숨어버리고, 필요할 때만 공기처럼 나타났다 사라집니다.
아마존 고(Amazon Go) 매장에서 계산대 없이 걸어 나오면 결제가 되는 '저스트 워크 아웃(Just Walk Out)' 기술이
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셈입니다.


3. 투자 인사이트: 누가 '데이터 주권'을 쥐는가?

이 흐름 속에서 투자자인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은 어디일까요?

🔑 하드웨어가 아니라 '데이터'다

바이오 시장에서 승자는 영양제를 만드는 제약사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.
내 몸 상태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**워치/링 제조사(애플, 삼성)**나,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랫폼이 갑(甲)이 될 것입니다.
그들이 "이 사람에게 마그네슘이 필요하다"고 주문을 넣어야 영양제가 팔리기 때문입니다.
 
금융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. 상품을 만드는 보험사/카드사보다, 내 위치와 소비 맥락을 쥐고 있는
**슈퍼 앱(토스, 카카오, 네이버파이낸셜, 애플페이)**이 더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됩니다.
 
결국 제로 클릭 시대의 패권은 **"고객의 데이터를 끊김 없이 연결할 수 있는 기업"**이 가져갑니다.


4. 마치며: 편한 만큼 섬뜩한 세상

내 몸속 상태를 기계가 훤히 들여다보고, 내 지갑이 내가 어디 있는지 다 알고 있는 세상.
어떻게 보면 소름 돋는 '감시 사회' 같기도 합니다.
 
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**'편리함'**을 선택하게 되어 있습니다.
매일 아침 피곤함에 찌들어 "누가 나 좀 챙겨줬으면" 할 때, 내 컨디션을 완벽하게 맞춘 알약 하나가 툭 떨어지는
그 달콤한 편리함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.
 
여러분은 어떠신가요? 나의 건강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제공하고 **'완벽한 케어'**를 받으시겠습니까,
아니면 조금 귀찮더라도 **'프라이버시'**를 지키시겠습니까?
 
이제 이 긴 여정의 마지막이 보입니다. 지금까지 우리는 '나를 분석해 주는(N=1)' 첨단 기술 이야기를 했습니다.
하지만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듯, 때로는 **"분석 따위 필요 없어! 그냥 아무거나 줘!"**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있죠.
 
다음 마지막 4편에서는, 복잡한 분석에 지친 우리를 구원해 줄 **<기본템의 반란: 상향평준화의 세계>**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.


[Zero Click 시리즈 다시보기]

  • 1편. [프롤로그] N=1 vs N=All: 애매한 중간은 사라진다
  • 2편. [공간과 물성] 삼성 비스포크가 여는 문, 몽블랑이 멈춘 시간
  • 3편. [확장] 영양제를 '구독'하고, 보험이 '투명'해지는 세상 (Current)
  • 4편. [기본템] 고민을 삭제해 주는 '상향평준화'의 세계